언론에서도 인정한 사이버범죄 특화 로펌 뉴로이어
백신 미접종자 거부 식당의 명단을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부 가게 업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3일)부터 백신 미접종자가 식당에서 QR코드를 인식하면 '딩동' 소리가 울린다. 이런 경우 '혼밥'이 가능하지만, 일부 식당에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우려해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백신 미접종자 거부 식당의 명단을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미접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해당 서비스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거부 식당'으로 등록된 업체의 숫자가 2200곳(3일 오후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명단 공유가 활발하다.
문제는 정보의 '정확도'였다. 이 사이트는 거부식당 명단이 누리꾼의 제보로 업데이트되고, 누구나 이 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 결국 백신 미접종자를 거부한 적이 없는데도 "거부 명단에 올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잘못된 정보로 매출 등에 피해를 입을까 봐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로톡뉴스는 이 사이트에 법적인 문제가 없을지 검토해 봤다.
내용 허위라면→형법상 업무방해죄 성립과 함께 손해배상책임까지 가게에 대한 정보(백신 미접종자 거부 사실)가 허위인 경우와 사실인 경우를 나누어 검토했다.
우선, 내용이 허위라면 "가게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게의 영업 등을 방해했을 때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가 성립한다.
태연 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는 "사이트에 기재된 내용(백신 미접종자 거부 식당)이 허위 사실이라면 사이트의 운영자가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봤다. 해당 사이트의 정보에 대한 '검증' 절차가 허술하다는 점에서 이 죄의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사이트를 운영할 때는 제보가 사실이 맞는지, 녹음파일⋅방문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 확인 등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확인해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당 사이트에서 '검토 단계'는 업데이트 예정인 기능으로, 아직 구현돼 있지 않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도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면 이 죄의 성립이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뉴로이어 법률사무소의 김수열 변호사는 다소 다른 의견이었다. "해당 사이트가 미접종자의 외부 식사를 위한 정보 제공 편의를 위한 것이라면, 업무를 방해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실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될까. 김태연 변호사는 "피해 업체 규모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봤다. 만약, 업무방해가 인정된다면 업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져야 한다. "피해 업체가 사이트에 올라간 이후 감소한 매출분뿐만 아니라 업체당 100만원 내외의 위자료를 물어내야 할 수 있다"고 김 변호사는 봤다.
다만, 명예훼손죄의 성립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김태연 변호사는 "백신 미접종자 거부 식당이라는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만으로 업체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수열 변호사도 "미접종자 거부는 식당 자체의 권리고, 방역 정책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라며 "미접종자를 거부한 식당이라는 게 명예가 실추될 만한 사실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내용 사실이라면→공익성 인정 돼 법적 책임 묻기 어려울 듯
가게에 대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때는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때는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어째서일까.
우선 업무방해죄는 허위가 아닌 '사실'을 적시했을 땐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물으려고 해도 '공익성'을 인정받아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봤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에선, 공익을 위해 전했다는 게 인정되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형법 제310조). 운영자는 사이트의 개설 취지에 대해 "미접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 이 주장대로 '공익' 목적이었다는 게 인정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변호사들은 "그렇다"고 봤다.
김태연 변호사는 "백신 미접종자가 접종자에 비해 소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공익의 범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운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볼 단서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공익에 부합하는 알 권리의 면이 다소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미접종자를 거부하는 식당을 알아야 미접종자들이 이곳을 방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진규 변호사 역시 "표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식당 명단 공개 자체만으로 명예훼손죄가 되긴 힘들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김수열 변호사 역시 "공개 사실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