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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삐끗’에 성범죄자…“법안 적용범위 줄여야”[21세기 사이버 성범죄, 통매음]

  • 작성일 : 22.07.06
  • 조회수 : 1,882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올해 1월 1일 20대 남성 박모 씨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란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같은 팀으로 게임에 참전하던 신원 불상의 A씨가 게임에 제대로 임하지 않자 화를 참지 못하고 A씨에게 욕설을 했다. 그 욕설 한마디 때문에 최근 몇 달간 기나긴 소송에 휘말리는 봉변을 당했다.

박씨가 욕설을 내뱉은 이후, A씨는 욕설이 담긴 채팅 내용을 캡처했다며 박씨에게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박씨는 A씨가 게임 내에서 전혀 매너를 지키지 않고, 고의적으로 게임을 망친 점이 적반하장이라고 느껴 이에 대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8일 뒤인 1월 9일 박씨는 그의 지인들로부터 “네 친구 빨리 빨간 줄 그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채팅을 A씨에게 받았다는 얘기를 접했다. 다음달인 2월에는 A씨의 형이라고 주장하는 이로부터 “법대로 가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채팅을 받기도 했다.

실제 A씨는 박씨를 형사고소했고, 사건을 맡은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3월 31일 해당 사건을 불송치했다. 그러나 불송치 처분이 된 이후 A씨 측이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결국 보완수사 끝에 지난달 14일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대해 김수열 법무법인 뉴로이어 대표변호사는 “A씨가 박씨 뿐만 아니라 당시 게임에 참여한 다수를 상대로 고소했다”며 “다수를 상대로 고소한 것을 봐서 합의금을 노리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신매체 음란 행위죄로 인한 발생건수가 지난 3년 동안 급증한 것에 대해 법안이 광범위하게 제정된 점을 지목했다. 특히 통매음이 모욕죄에서 중요시하는 공연성과 특정성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욕망을 자극시킨다는 조건에서 모두 성립되는 것이 통매음 고소 건수가 폭증하게 된 원인으로 봤다.

김 변호사는 “통매음 법안이 성희롱처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욕죄의 경우 당사자가 특정돼야 하기에 닉네임을 쓰는 게임 상에서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통매음은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연성 역시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의 경우 모욕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반면, 통매음에선 성립할 수 있다. 선정적인 시각 자료를 올리는 것은 당연히 통매음이 성립될 수 있겠지만, 게임상에서의 순간적인 욕설까지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성적 수치심 발언을 했다는 조건 하나로 통매음을 적용될 수 있는 탓에 온라인상에서 합의금을 목적으로 법안을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게임 상에서)일부러 시비를 걸어 상대로부터 욕설이 나오게 유도한 다음 고소를 하는 방식으로 합의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외 각종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문제 되는 발언을) 유도해서 성적인 발언이 나오면 바로 캡처해서 고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피해자들 연령대가 10대에서 20대인데, 통매음이란 법령 하나로 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전과가 남고, 심하게는 성범죄로 인해 보안처분까지 붙을 수 있어 법안을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