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도 인정한 사이버범죄 특화 로펌 뉴로이어
김웅·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신빙성 공격에
조성은 “尹·金 허위사실 유포”…법적 대응 예고
법조계 “피해자 특정 여부·‘사회적 명예’ 훼손 수준 쟁점
‘황당한 캠프에 가 있다’ 발언 등 명예훼손 될 수도”
모욕죄는 성립 어려울 듯…“경멸적·모욕적 표현 들어가야”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저를 공익신고자라고 몰아가며 각종 모욕과 허위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고발 사주 의혹’의 공익신고자라고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김웅 국회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매우 중차대한 대선에서 격이 떨어지는 수준의 망발을 일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매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할 뜻을 내비쳤다. 당시는 그가 대검에 공익신고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다.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 언론 제보자의 신뢰성을 지적하며 정치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조씨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이들에게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선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의 발언으로 조씨가 특정될 수 있었는지와 해당 발언이 사회적 명예를 훼손할 만한 수준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성은 스스로 공개 전 정치권에 소문 퍼져
조씨는 1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공익신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은 조씨가 스스로 신고자라는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언론 인터뷰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씨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정치권에선 조씨가 언론 제보자라는 소문이 퍼졌고, 조씨는 김 의원 주도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조씨는 앞선 입장문에서 “주변 기자들과 언론에다가 모욕을 포함한 명백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면서 “특정 기자들에게는 허위로 실명을 이야기하며 ‘황당한 캠프’에 있다는 등의 갖은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당 내외에 공연히 허위사실 유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당이나 대선캠프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기자들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쪽이 아닌 다른 대선캠프에서 일한다는 잘못된 내용을 김 의원이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앞서 여러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보자라고 하는 사람이, 나중에 알게 됐는데 조작하고 이랬던 경험이 정말 많다. 그래서 그 뒤로 인연을 끊었다”, “지금은 황당한 캠프에 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윤 전 총장도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이가 없고, 저도 들었다”며 취재진을 향해 “여러분도 그 사람의 신상에 대해서 전부 다 알고 계시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제보자에 대한 전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내용을 언급했을 뿐이지, 그 제보자가 조씨라고 특정될 수 있는 어떠한 얘기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피해자 특정 여부가 쟁점 될 듯
변호사들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인 △특정성 △공연성·전파 가능성 △사실의 적시 △사회적 명예의 훼손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들로 살펴봤을 때, 이 사건의 경우 우선 ‘피해자 특정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광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시우)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조씨의) 주위 사람들이 윤 전 총장이 말하는 사람이 조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특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황상 누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때는 특정됐다고 본다”라며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이 (조씨에 대해) 말했을 때, 조씨 주변 사람들이 조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특정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이 앞서 조씨의 실명이나 구체적인 직책 등을 언론에서 직접 언급한 적은 없기 때문에 특정성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열 변호사(뉴로이어법률사무소)는 “인터뷰나 언론을 통해선 조씨의 실명 등 조씨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는 없는 거 같다”면서 “만약 윤 전 총장이나 김 의원이 기자한테 조씨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또 기자가 그에 대한 기사를 썼다면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있겠지만, 그러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만약 김 의원이나 윤 전 총장이 특정 기자에게 조씨의 실명 등을 알려줬더라도, 실제 보도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한 사람 앞에서만 명예훼손을 했더라도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지만, 상대가 기자인 경우에는 실제 보도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김 변호사는 “기자한테 어떤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비밀로 해달라고 했으면 전파 가능성은 없는데, 내용을 알려주고 ‘퍼트려달라’고 했다면 전파 가능성이 있는 거라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 변호사는 “기자들은 들은 걸 무조건 전파하는 게 아니라, 들었어도 (취재원으로부터) ‘이거는 전파하면 안 돼’라고 전달받았으면 전파를 안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기자한테 얘기한 건 기자가 실제로 기사화하면 그때 전파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당한 캠프’ 등 발언 진위에 따라 판단 달라질 수도
김 의원 등이 발언한 내용이 실제 조씨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했는가에 대해서도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 변호사는 “‘조작을 많이 했다’와 같은 부분이 문제될 수 있는데, 이것이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되려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봤을 때 과거나 현재의 어떠한 사실관계를 얘기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과거에 조작을 몇 번 했다’ 이 정도만으로는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얘기한 건지가 좀 애매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황당한 캠프에 가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조씨가 국민의힘 당원일 경우 ‘사회적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변호사는 “어느 캠프에서 활동하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명예를 훼손하진 않지만, 국민의힘 당원이면서 다른 캠프에서 활동한다는 건 이 사람이 배신적 행위를 한다는 사실에 해당한다”면서 “일반인이라면 이 경우 명예훼손적 사실이 아닌데, 이 사람이 국민의힘 당원이나 임직원이라면 자신이 배신적 행위를 한 사실을 적시한 거니까 명예훼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유 변호사는 다만 조씨가 문제 삼은 부분들이 허위사실이 아닌 실제 사실이라면, 달리 볼 여지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조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말했다라고 하기 보다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소극적 방어과정에서 언급된, 진실된 사실일 경우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모욕죄는 모욕적·경멸적 표현 들어가야
윤 전 총장과 김 의원의 발언에 모욕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있을까. 형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구체적 사실 없이 사람을 경멸하는 추상적 판단과 같은 것들이 모욕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중죄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고, 모욕의 경우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김 변호사는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모욕적·경멸적인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모욕은 추상적으로 어떠한 경멸적인 감정을 담아서 얘기하는 것이라서, (이 사건에) 적용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익위 보호조치 결정 시 공익신고자 신상 캐낸 이들 처벌
한편, 조씨가 향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하고, 권익위에서 보호조치를 개시할 경우 조씨에 대한 신상을 캐내거나 외부로 공개한 이들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향후에 제보자가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을 해서 권익위에서 보호조치를 개시하게 되면 신고했던 시점으로 보호조치의 효력이 발동한다”고 설명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등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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