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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자료

언론에서도 인정한 사이버범죄 특화 로펌 뉴로이어

그 후보 뽑지도 않았는데 ‘○번남·녀’ 비난… 처벌받을 수도 [법잇슈]

  • 작성일 : 22.03.15
  • 조회수 : 1,682

“A 말고 ‘2번남녀’ 연예인 또 누구 있어”, “연예인 B 말고 대놓고 티 낸 ‘2번녀’ 또 누구 있냐”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특정 연예인이나 유튜버를 ‘○번녀’·‘○번남’이라고 지목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대선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해당 후보의 기호를 넣어 지칭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찍은 여성은 ‘2번녀’, 이재명 후보를 찍은 남성은 ‘1번남’으로 부르는 식이다.

 

문제는 ‘○번남·녀’로 특정된 연예인이 실제 해당 후보를 뽑았다는 명확한 근거 없이 추측만으로 ‘몰아가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정치세력을 공개 지지한 적 없는데도 각 후보를 상징하는 색·번호와 연관된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특정 후보 지지자로 낙인찍히는 일이 이어졌다. 한 남성 연예인은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2번남으로 찍혔다. 투표 후 SNS에 올린 글에 ‘이번’이라는 문구가 담겼다는 이유로 2번녀로 찍힌 여성 연예인도 있었다. 


이처럼 추측을 토대로 특정인이 실제 찍지도 않은 후보를 찍었다며 온라인상에 글을 게시한 경우 처할 수 있을까.

 

◆“특정 후보 지지 사실 아니더라도 ‘명예 실추 허위사실’로 보긴 어려워“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유광훈 변호사(법무법인 시우)는 “명예훼손은 ‘특정되는 대상’에 관해 ‘진실인 사실 또는 허위인 사실’을 적시해야 하고, 그 사실이 ‘사회적 명예가 실추되는 사실’에 해당해야 한다”면서 “연예인을 특정해 ‘어느 연예인이 2번을 찍었다’라는 것은 특정성은 있지만, 사회적 명예가 실추되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예훼손의 구성요건 중 특정성, 공연성, 사실의 적시 등은 충족하지만, 사회적 명예의 훼손 여부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는 “특정 연예인이 2번을 찍었다고 추측하는 것도 그 행위가 부당하긴 하지만, 2번을 찍었다는 사실이 명예훼손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수열 변호사(뉴로이어법률사무소)는 “만약 ‘○번남’이라는 표현 자체가 특정 후보를 뽑았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되려면) 명예가 훼손될만한 사실이어야 한다”면서 “특정 후보를 찍었다는 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해당 연예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허위사실이라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고 관측했다. 김 변호사는 “명예훼손이 적용되기 위해선 예를 들어 전과자가 아닌데 전과자라고 한다든지, 학교폭력을 한 적이 없는데 과거 학폭을 했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 어렵지만, 손해배상 청구 시엔 위자료 지급 가능성

 

형사상 책임을 묻긴 어렵지만, 특정 후보 지지자가 아닌데도 지지자인 것처럼 낙인찍고 상대 정파로부터 공격받도록 유도한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시 위자료를 받을 가능성은 있다. 

 

유 변호사는 “내용상 특정 연예인에 대한 공격과 정신적 피해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행위는 형사상 범죄가 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책임까지 면하지는 못한다”면서 “특정 연예인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악플러들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형사처벌 이후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위자료 지급까지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김 변호사는 “보통은 명예훼손죄로 고소해서 형사사건을 통해 벌금형 등이 나왔을 때 그걸 갖고 민사로 다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면서 “이 경우엔 형사 고소를 해도 처벌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번남·녀’와 함께 ‘경멸적 표현’ 사용 시엔 모욕죄 성립 가능”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번남·녀’라는 문구와 함께 욕설·비방이 담긴 도 넘은 악플도 달리고 있다. 만약 해당 글에서 특정 연예인이 언급되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 표현’까지 사용됐다면 글 작성자는 모욕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김 변호사는 “2번녀라는 표현과 함께 경멸적인 표현이 사용됐다면, ‘2번녀’가 아닌 다른 부수적인 모욕적 표현 때문에 모욕죄 성립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모욕은 ‘사실의 적시’는 없지만, ‘사회적 평판이 훼손되는 표현’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욕설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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