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가 고소전으로 한창 시끄럽다. 사건은 지난 13일,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이 공개되며 시작됐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 옥주현이 '인맥 캐스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 두 번이나 '엘리자벳' 역을 맡았던 배우가 빠지고, 옥주현과 같은 소속사인 배우가 캐스팅된 것을 두고 나온 주장이었다.
여기에 뮤지컬 배우인 김호영이 불을 지폈다. 김호영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과 함께 옥장판 사진을 올렸다. 공연장 그림 스티커도 함께였다. 이 글로 의혹은 더 커져갔고,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논란 진화에 나섰다. "강도 높은 오디션을 거치고, 원작사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배우들을 선발했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지난 21일, 옥주현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우선 김호영에 대해 "옥주현이 인맥 등을 이용해 뮤지컬 캐스팅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려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켰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와 함께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 2명도 고소했다. 이에 김호영 측도 "사실 확인 없이 상황을 판단해 김호영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문제가 된 김호영의 사진과 글은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로톡뉴스가 변호사와 함께 분석해봤다.
특정성에선 의견 갈렸다
현행법상 누군가를 특정(①)해서 공공연하게(②)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③) 등을 하면 처벌을 받는다.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글을 올렸으니 공연성(②)은 성립한다. 그렇다면 쟁점은 특정성(①)과 해당 발언이 사회적 명예를 훼손했는지(③)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호영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세부적인 판단은 달랐지만, 결과는 그랬다.
우선, 특정성(①)에 대해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는 "게시물을 보고 옥주현이라고 '추정'했더라도, 그것만으로 옥주현을 '의미'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김호영이 '장판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취지라고 주장한다면, 특정성이 인정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반면, 법무법인 한율의 강동구 변호사는 특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강 변호사는 "게시물의 게시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옥'이라는 단어가 옥주현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의 김수열 변호사는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변호사는 "논란이 있던 시점에 글을 올렸기 때문에 옥주현에 대한 글임을 알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김호영의 입장에서는 정확히 옥주현이나 엘리자벳 뮤지컬을 언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성이 없다고 다퉈볼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명예를 훼손한 발언인가
이 밖에도 명예훼손 혐의는 사실 혹은 허위 사실을 적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는지(③)에 따라 갈린다. 그렇다면 김호영의 발언은 어떻게 판단 될까.
이에 대해 김태연 변호사는 "해당 글은 구체적 시점의 사실관계가 아닌, 김호영의 주관적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강동구 변호사는 "김호영이 올린 글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실제 의도는 모르지만) 옥주현을 비판하려고 했다기보다, 오히려 '뮤지컬계의 중심에 섰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면서 "이렇게 해석한다면 사회적 명예나 평판을 훼손했다고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수열 변호사는 다른 의견이었다. 김수열 변호사는 "명예훼손의 경우 직접적인 표현 대신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표현에 대해서도 죄를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991년 대법원은 다른 학생들 앞에서 교수가 피해자의 이성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 등을 했던 사례에 대해 명예훼손을 인정했다(91도420).
이어 "뮤지컬 캐스팅 논란이 일던 시점에 해당 글을 올린 것은 '옥주현이 인맥 캐스팅을 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경우는 옥주현의 사회적 평판을 떨어트렸다고 인정될 것"이라고 김수열 변호사는 말했다.
치열한 법리 검토가 있었지만, 모든 의견을 종합해보면 김호영의 글이 명예훼손으로 인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정성(①)과 공연성(②), 그리고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③)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현행법상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