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비 미납부자 22학번 〇〇〇"
서울의 한 대학교 학생회가 공식 SNS에서 '학생회비 미납부자'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들에겐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중간고사 간식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공지와 함께였다.
논란이 되자, 학생회 측은 지난달 30일 "(실명이 공개된) 해당 학우분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 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개처형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명예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톡뉴스는 실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변호사들과 함께 검토해봤다.
다수 의견 "사이버 명예훼손죄 성립 어려워⋯명예훼손할 만한 내용 아니고, 비방의 목적 없어보여"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일명 사이버 명예훼손. 이 죄는 ①공공연하게 ②누군가를 특정해 ③명예를 훼손할만한 사실을 드러냈을 때 성립한다. ④비방의 목적도 인정돼야 한다.
우선, 학생회 측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①), 해당 학우의 실명을 언급했기(②) 때문에 공연성과 특정성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의견은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쪽이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학생회비를 미납했다는 사실이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라고 보긴 어렵다(③)"며 "이것만으로 비방의 목적(④)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의 김수열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보통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라는 건 '누가 전과자다'라는 것과 같이 사회적 평가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분이 나쁠 수는 있어도) 해당 학우들의 명예가 실추될만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연 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역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④)"고 했다.
소수 의견 "사이버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학생회비 미납자, 부도덕한 사람으로 평가될 위험 있어"
다만, 다른 의견도 있었다. 에스제이 파트너스의 강지웅 변호사는 "이 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될 수 있다"며 그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
❶실명이 공개된 학생들이 공인(公人)이 아니라 사인(私人)에 불과하고 ❷학생회비 미납자의 실명이 다른 학우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❸학생회비 미납 사실을 알려야 했다면 SNS에 명단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연락해 알리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 변호사는 "❹실명이 공개된 학우들이 '학생회비도 내지 않고 사적 이익만 얻으려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평가될 위험도 있다"며 "명예훼손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학생회 "해당 학우분들이 불편함 느끼실 수 있다는 점 고려하지 못 했다"
학생회 측은 해당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지난달 30일 사과문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