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도 인정한 사이버범죄 특화 로펌 뉴로이어
가정주부의 운전은 업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업무' 범위를 확대할 경우 처벌대상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가사노동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만큼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놓을 시기가 됐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A씨는 올해 4월 주차장 자리를 두고 B씨와 다투다 B씨의 차량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본인 차량으로 가로막고 자리를 떴다. A씨는 약 1시간 동안 B씨의 운행을 방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혐의를 적용하려면 A씨의 행동으로 B씨의 운전, 즉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형법에서 정한 업무방해죄의 업무를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이라고 정의한다. B씨는 다른 직업이 없는 가정주부로, 당시 자녀를 통학시키기 위해 자동차를 운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가정주부의 운전을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따른 업무가 아닌 개인생활의 행위로 차량을 운전했다고 봤다. 만약 차량에 가로막혀 운전을 못 한 피해자가 회사원이었을 경우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7년 유사한 사건에서 "(피해자는) 주부로서 개인적인 용무로 차량을 운행한 후 주차장에 주차했다"며 업무방해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가정주부도 가사 일체를 사회생활상 지위에 근거해 수행한다고 봐, 가정주부의 운전도 업무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동일한 행위에 대해 차주의 직업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유무죄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업무방해의 범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양태영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법원이 업무방해죄에서 업무의 정의를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사무까지 포함된다고 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며 "'사회생활'은 결국 외부사회와 맺는 관계 속에서 수행하는 업무라는 뜻인데, 가사노동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활동 영역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준상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가사노동이 업무에 해당돼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면, 일상을 방해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며 "만약 가사노동이 업무로 인정될 경우 시어머니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소리를 질러 며느리의 집안일을 방해한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의 항소이유처럼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변하고 있는 만큼 가정주부의 사회적 지위를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원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가정생활에 있어 가사를 전담하는 가정주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법원도 이혼시 재산분할 사건에서 가정주부의 기여도를 확장해 인정하는 추세"라며 "그만큼 가정내 지위에서 가정주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 있었던 만큼 사회생활상 지위에 대한 재고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청소·세탁·음식준비 같은 가사노동에 '가사수당'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사노동이 가족과 사회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데 필수적인 만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가사노동을 업무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사회가 많이 변화한 만큼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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